사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우지 못한 분이라면, 당연히 피아노 실기시험을 쳐야하는 "유아음악반주"는 수강이수를 하지 않아야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하시기 쉬울 것입니다.
저 또한, 어려서부터 공교육을 제외하고는 크게 교육, 문화적 혜택을 받고 자라지 못한 축에 속하는 사람이라 이전까지는 피아노를 배워본 적이 없었습니다.
피아노와 연관된 기억을 더듬어보니, 꽤 어렸을 때, 좀 잘사는 친구들의 집에 놀러가서 그 친구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듣거나, 혹은 같이 한번 쳐보자는 고마운 제안에 알려주는대로 젓가락 행진곡을 두 손가락으로 눌러본 것이 다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3학년을 마칠 즈음에 학점계산을 해보니, 도저히 전공과목 숫자가 모자라는 겁니다.
앞서 적은 글처럼, 출석수업을 피하려고 수강변경을 하다보니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최소 전공학점에도 못미치는 것이었습니다.
모자라는 것은 단 3학점.. 결국 한과목은 출석수업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고민끝에 선택한 과목이 "유아음악반주"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 과목을 이수하겠다고 마음을 먹기는 했는데,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참 막막했습니다.
그냥, 실기점수인 30점을 다 날리고 이론 70점을 맞아버릴까도 생각을 했지만(참고로, 저는 중, 고등학교 때도 이런 식이었습니다. 다행인지 노래실력은 꽤 좋아서 늘 성악 실기점수는 만점, 기악점수는 0점, 그리고 그 모자라는 부분을 이론 점수로 커버하는 식이었습니다. 세월이 너무 흘러 음악 이론은 다 잊어버렸지만, 다시 한번 보면 힘들지 않게 다 알 수 있을 것 같았었거든요.), 이때가 아니면 내 평생, 피아노에 대한 컴플렉스는 벗어나기 어렵겠다 싶어 피아노 연습을 하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모 홈쇼핑에 들어가서 66건반(보통의 피아노보다 건반수가 작습니다.)의 전자피아노를 한 10만원을 주고 사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껏 교재를 사지 않았었지만, 이번만큼은 악보가 있어야 하니까 서점에 가서, 유아음악반주 교재를 샀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다장조, 사장조, 바장조 순으로 칠수 있는 것만 조금씩 조금씩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를 얼마간 하고난 후 어느 순간이 되니, 점수가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좋고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처음, 두달 정도는 주말마다 시간이 나면 몇십분씩 이곡저곡 건드려가며 쳐보았었는데,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니, 피아노연습을 이전만큼 그리 열심히 챙겨하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시간은 흐르고 흘러, 2007년 2학기의 어느날 출석수업이 있었습니다.
첫 주의 4시간은 이론 약간, 반주할 곡에 대한 설명 약간, 뭐 이런 식으로 흘러갔습니다.(강의를 하는 입장에서는 8시간 안에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나름대로 힘들겠지만, 강의를 듣는 입장에서도 그 시간동안 꼭 유용하게 수업이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데, 이번 수업도 역시나 그랬습니다. 특히나, 8시간도 아니고 4시간의 수업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다음 주의 4시간은 실기시험을 쳤습니다.
방식은 지역대학마다, 담당 교수님들마다 다 다릅니다.
일단, 학교에서는 2학기가 시작되기 전 여름방학 쯤에, 지정곡이라고 하면서 양악 1/2과 국악 1/2을 나누어 몇십곡을 선정해 줍니다.
그리고, 그 모두를 연습하라고 하지만, 각 지역대학의 수업을 담당하시는 교수님들이 재량껏 곡을 선정하고 실기시험을 치도록 해 주십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면, 교수님이 피아노를 아예 못치는 사람은 손들라고 하셨고, 그 사람들은 아주 쉬운 곡 2~3곡을 일주일간 준비해 오라고 했습니다.(이 경우에는 실기시험을 아주 잘 치르더라도, 최고 점수를 제외한 28점 정도를 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각자의 수준대로 미리 곡을 정하고, 일주일 뒤의 시험에서 연습한 몇곡으로 시험을 치르도록 했습니다.
그러니, 결론을 적자면, 꼭 30점 만점을 받겠다는 목표가 아니라면, 피아노를 전혀 못치는 분이라고 하더라도 곡이 선정되고 난 뒤에 일주일간 열심히 준비를 해서 실기시험을 치면, 아무리 못해도 26점 정도는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다른 출석수업 과목보다는 오히려 이 과목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유아음악반주".. 투자시간 대비, 만족인 과목입니다.
참, 이과목의 경우에 이론이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신데,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원론만 안다면요.
다장조를 알고, 거기에 사장조, 바장조만 알면 됩니다.
나머지는 모두 계산을 하는 문제니까요.
아주 기본적인 것을 알고 있다면,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외워야 할 것이 많은 것 같지도 않구요.
참고로 적어보자면, 저는 기말고사를 쳐서 70점 만점에 70점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틀릴 게 없었다고 해야겠습니다.
특히나, 여자분들의 경우에는 중고등학교 때 수업을 들었던 음악 이론이 어느샌가 새록새록 기억이 나실 겁니다.
저처럼 피아노를 못치시는 분이라도, 너무 겁먹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세요.^^
우리 나이에 이곳이 아니고서야, 어디 남 앞에서 못치는 실력으로 건반을 눌러볼 수나 있겠습니까?
그냥, 컴플렉스도 날려버릴 겸해서, 한번 시도해 보세요^^
-- 이글은 2008년 2월 27일 14시 08분에 발행된 글입니다.
2008년 11월 6일, 재발행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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