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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글들 (2008 ~ 2011)/2009 이슈 속으로

보건복지가족부의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취지는 좋으나, 문제 있다.

by 雜學小識 2009.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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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가족부의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취지는 좋으나, 문제 있다.


오늘, 좀 황당한 뉴스를 봤습니다.
뉴스 기사의 제목은 '가족이나 유족 반대해도 장기기증 한다'였는데요.

솔직히 제목을 읽고 기사를 클릭할 때까지만 해도, "뭐, 그럴 수도..."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니 참 많이 '황당'하더라고요.




장기 기증..
죽어가는, 혹은,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누군가를 위해, 죽은 이가 자신의 육신 일부를 주고 가는 것..

분명, 좋은 일임을 압니다.
또한, 그것이 현재도 앞으로도 산 사람을 위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그러나, 이런 식은 곤란해 보입니다.



먼저, 관련한 기사들을 접한 후,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의 요지를 나름대로 좀 정리해 봤습니다.

1. 가족, 혹은, 유족의 반대와는 상관없이 당사자가 생전에 장기 기증을 신청했다면 기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족, 혹은, 유족의 동의 절차를 폐지한다.

2. 당사자가 생전에 장기 기증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가족, 혹은, 유족의 동의가 있다면 기증하도록 한다.

3. 뇌사판정위원회의 구성 요건을 완화시킨다.




그럼, 위의 세가지를 조금 나눠서 생각해 볼까요?


1.  '가족, 혹은, 유족의 반대와는 상관없이 당사자가 생전에 장기 기증을 신청했다면 기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족, 혹은, 유족의 동의 절차를 폐지한다.'

지극히 제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이것은 입법화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이런 안이 나왔는지에 대한 이해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가령, '장기 기증'을 할 당사자가 생전에 자신의 판단에 근거하여 '장기 기증'을 하기로 했다면, 상식적으로는 유족이 당사자가 생전에 내렸던 결정을 존중해야 옳을텐데,
만약, 유족이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로 당사자의 유지를 받들어주지 않는다면,
이것은 좋은 일에 자신의 몸이 쓰여지기를 원했던 기증 신청자의 입장에서도,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의 입장에서도,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가족, 혹은, 유족의 반대와는 상관없이 당사자가 생전에 장기 기증을 신청했다면 기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족, 혹은, 유족의 동의 절차를 폐지한다'는 안은 논의해 볼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장기 기증을 서약한 사람이 생전에 그와 같은 판단을 스스로 정상적으로 내릴 수 있는 사람이었어야 한다"는 전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당사자가 생전에 장기 기증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가족, 혹은, 유족의 동의[각주:1]가 있다면 기증하도록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안은 아주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당사자가 생전에 장기 기증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가족, 혹은, 유족의 동의가 있다면 기증하도록 한다'라니요?
'장기 기증'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각주:2],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증자 자신의 온전한 의사'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어떻게, 죽은 이의 의사는 아무 상관없이, '가족', 혹은, '유족'이 죽은 이의 시신을 마음대로 기증하도록 한다는 것입니까?
게다가, 가족, 혹은, 유족 전체의 동의라면 그래도 또 생각해 볼 여지라도 있을텐데, 이건 그 중 한명만 동의하면 된다니,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가 있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3. '뇌사판정위원회의 구성 요건을 완화시킨다.'[각주:3]

생각해보면, 이 안도 문제가 제법 있어 보입니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장기 기증이 많아지길 원한다면, 오히려 '뇌사 판정 절차'를 더 까다롭게 해야 옳다고 봅니다.

사실, 저도 장기 기증..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만[각주:4], 현재까지는 '만에 하나라도, 내가 정말 죽지 않은 상황에서 내 장기가 필요해 내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생긴다면..'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가정 앞에서 확신이 없어, 장기 기증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것이 바로 '장기 기증 절차'에 관한 확신의 문제일텐데요.
개선안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현재의 절차가 까다로와서 문제가 있다지만, 실제로는 지금의 절차도 믿지 못하는 저같은 사람이 있는 판국에, 그보다도 더 절차를 간략하게 하겠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자발적인 장기 기증'을 장려하려는 것인지, 막겠다는 것인지, 솔직히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장기 기증..
이 문제와 관련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1. 장기 기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죽은 사람의 육신이 산 사람을 통해 연장된다고 보는 시각에서라면, 장기 기증은 할만한 것일 것 같습니다.
또한, 굳이 그런 의미가 아니더라도, 이왕 죽어 없어질 육신을 고통받으며 살고 있는 타인에게 주겠다는 고귀하고 이타적인 의미에서의 장기 기증은 진정 아름다울 것입니다.

2. 장기 기증.. 그러나, 자신의 의지로 하는 것입니다.
살면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
매우 많을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또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니, 그렇기에, 누구라도 최소한 자신의 삶과 죽음은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3. 인간답게 죽을 권리..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 기증을 하고 죽는 것이 인간답게 죽을 권리인지, 죽어서도 자신의 시신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인간답게 죽을 권리인지, 그것을 결정할 권리는 오로지 개개인 자신에게만 있습니다.

4. 장기 기증 수혜자 뿐만 아니라, 장기 기증 대상자의 인권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번 안은  장기 기증 수혜자에 대한 인권[각주:5]만 존재할 뿐, 장기 기증 대상자의 인권[각주:6]은 철저히 배제된 듯 보입니다.



이 문제..
당연히,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판단을 달리 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저는 '인간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측면을 가장 대전제에 놓고 생각을 했고,
그것에 놓고 봤을 때, 지금 논의하려고 하는 방안은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만약, 이 개선 방안 그대로를 토대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결정된다면,
이는 '인간의 자기 결정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정이 될 것입니다.

살아 고통받고 있는 사람의 '살 권리'도 중요하겠지만,
죽어가는, 혹은, 죽은 사람의 '인간답게 죽을 권리', '인간으로 죽을 권리'도,
그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1. 황당한 것이, 선순위자 한명의 동의만 있으면 된다는 것인데요. [본문으로]
  2. 장기 기증 = 좋은 일...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일 뿐,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한 인위적인 생명 연장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가령,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의 생명 조차도 '인위적으로는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들에게, 자신이 죽고나서 자신의 시신 일부가 타인의 인위적인 생명 연장을 위해, 혹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쓰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서는 기얌을 할 일이지 싶습니다.;; [본문으로]
  3. 좀 자세히 적자면, 뇌사판정위원회의 인적 구성에 손을 좀 볼 모양인 것 같습니다. 신속함을 위해, 판정위원의 숫자를 줄이겠다는 것 같은데, 너무 수혜자의 입장에 치우친 것이 아닌가 싶네요.;; [본문으로]
  4. 골골팔십이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맞으면 좋을텐데, 그게 맞을지는 잘 모르겠고..., 어쨌든 꽤나 골골거리는 저인데요.;;; 때문에, 제가 죽을 때 제 장기 중 쓸만한 것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쓸만한 것이 있다면???"이라는 생각..., 저도 해 봤습니다.;; [본문으로]
  5. '인간답게 살 권리'.. 정도로 적어도 좋겠네요. [본문으로]
  6. '인간답게 죽을 권리'라고 적으면 될 것 같고, 이에 관한 저의 생각은 바로 위의 3에 적어두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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