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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투리를 말하다

경상도 사투리를 갈키 주꾸마.. 8. "주끼다"와 그 친구들(주께다, 지끼다) 편..^^

by 雜學小識 2009.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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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투리를 갈키 주꾸마.. 8. "주끼다"와 그 친구들(주께다, 지끼다) 편..^^


주끼다..
사실은 저도 이 말을 마지막으로 사용해 본 때가 언제였던 건지, 기억도 잘 안납니다.
ㅡ.ㅡ
그런데, 몇일 전, 저의 오빠랑 전화통화를 하다가 하나 얻어 걸렸습니다.^^


저는 위의 형제들과 나이터울이 좀 있습니다.
소위, 안낳으려다 어쩔 수 없이 태어난 세상의 많고 많은 아이 중 1ㅅ이 바로 저거든요.--;;;

이야기가 옆길로 살푼히 빠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린 날의 저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어른들의 장난보다, "안 낳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낳았다"는 그 말이 더 슬프게 들렸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날 때,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존재의 이유와 가치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미처 다 자라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그런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어른들을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냥, 생각도 못한 선물을 하느님이, 혹은 삼신 할머니께서 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그 선물을 받았다"라고 같은 뜻이라도 좋게 말해 줄 수는 없던 것이었을까요?
하여튼, 저는 뭐, 그렇게 태어난 그런 아이라더군요. ㅡㅡ;

어쨌든, 위의 형제들과는 이런 이유로 나이 차가 꽤 있고, 해서 크면서는 나이보다는 조금은 조숙한 노래들을 따라 불렀고, 덕분에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은 소위 7080~필이 많이 나는 그런 노래들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덕분에 사투리를 제 연배에 비해서는 조금 더 많이 사용하고 자랐던 것 같구요.^^
어찌되었건 제게 이런저런 영향을 끼치며, 저에게 세상의 뭔지모를 희망과 함께, 세상사의 고달픔까지도 어렴풋이나마 알게해줬던 저의 오라버니께서(ㅋ 이렇게 고상하게 적고 있지만, 실은 가끔은 '영감탱이', 혹은 '영감쟁이'라고 부르며 놀려먹기도 합니다..^^;) 이렇게 제게 글감을 내려주시네요.(물론, 본인은 모르고 한 말일테지요^^;)


옆길로 너무 빠진 것 같습니다.^^;
다시, 사투리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럼 이제 "주끼다"라는 단어 속으로 함께 빠져 보실까요?^^




뜻....>>>

'대화를 하다', '이야기를 하다', '혼잣말을 하다' 라는 의미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그럼, 결국은 "말하다"라는 의미와 같은 말이 아니냐?라고 하실 수도 있을텐데요,
그러나, 제가 사용하는 이 단어의 뜻을 엄밀히 말하면, 그냥 단순히, "말하다"라는 의미라고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즉, "주끼다"라는 말은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좋을 상대방과의 대화, 혹은, 상대의 말을 조금은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경우에 사용되는 단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공식적인 자리에서라면, 이 단어는 사용하지 않으시는 것이 옳을 듯 싶습니다.^^

소리....>>>

끼다
(경북발음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강세가 '주'에 옵니다.
이것은 뒤에 설명하게 될, 또다른 '주끼다'와의 구분을 위해 꼭 필요한 설명인 것 같네요^^)


동의어 모음..>>

"주끼다" ="주께다" ('주끼다'의 활용 정도이구요, 거의 같은 상황에서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 "끼다" ("지껄이다"의 경상도 방언입니다) '=. "말하다"  '=. " 지껄이다"

구분해야 할 단어...>>>

그러나, 앞서 적은 "끼다"는, "줄 것이다"의 줄임말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줄끼다", 혹은, 거기서 ㄹ받침을 탈락시킨 형태인 "주끼다"와는 뜻이 전혀 다릅니다.(발음 상의 ㄹ받침 탈락과 관련해서는 '줄 게'를 경상도에서는 '주 께'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참고삼아, "줄 것이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경상도 사투리를 좀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꾸마"(이 말은, 지금 적고 있는 이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 "줄끼다" = "주다" = "줄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에 사용되는 '주다'의 경우에는 경북발음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강세가 '끼'에 옵니다.


활용 예..>>

1.
먼저, 몇일 전, 저의 오빠와 저와의 대화 내용을 살펴 보시겠습니다.^^
(상황은 성수기 여행지의 온라인 티켓 예약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오빠 : 아무거시야, 니캉 지금 주께는 사이에 고마 표가 눈 앞에서 팍 사라져삐따.
나 : 아직 날짜가 좀 남아있으니까 누가 뱉는 사람이 있을끼라. 
      고때, 팍 자~무믄 된다.
      수시로 함 들락거리 보자.

해석 들어갑니다.^^
오빠 : 아무개야, 너랑 지금 이야기(대화)를 하는 사이에, 표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나 : 아직 날짜가 좀 남아 있으니까, 누가 예약취소를 하지 않겠나?
        그때, 그 표를 예약하면 된다.("자~묵다"를 표준어로 쓰면, "집어 먹다"라고 쓸 수 있겠네요^^)
        수시로, 체크하자.

이때, 오빠가 저와의 대화를 "주끼다", 혹은 "주께다"라고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대화 내용이 사사로운 일상의 내용이었고, 격이 없는 사이에서 이루어진 대화였기 때문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또한, 오빠는 저보다 윗사람이었기 때문에 어린 동생과의 대화를 본인 스스로는 주께다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만약, 제가 같은 상황에서 "오빠야, 우리 지금 주께는 내용이 어떠구~" 뭐, 이런 식의 말을 했으면, 쥐어 터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ㅡ.ㅡ;
즉, 이 단어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리고, 자기보다 윗사람과의 사이에서는 사용하기에 적절치 않은 단어입니다.

2.
어른들 간에 어떤 문제를 두고, 격한 대립으로 치닫게 되었을 때도, 이 단어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가령, 갑과 을이 어떤 이유로 싸움을 하게 되었습니다.
갑이 뭐라고 을에게 반론을 제기합니다.
이때, 을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 뚫린 입으로 함 주끼봐라~"

이 상황에서의 이 표현은, 상대방을 지극히 폄하하는 듯한 말입니다.
'입은 있는 것 같으니, 할 말이 있거든 말은 해 봐라. 그러나, 너의 말은 말이 아니라, "주끼는 것"이다.'
뭐, 이런 식의 폄하라고 해야겠지요.

그리고, 이 상황에서는 "지끼다"라는 단어도 동일한 의미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3.
어른이 아이를 꾸짖는 상황에서도, 통상 사용이 됩니다.

가령, 아이가 밖에서 잘못을 하고 집에 들어 왔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혼을 낸 뒤, 이래도 할 말이 있느냐는 듯 한마디 던지십니다.
"그래, 할 말이 있거든, 함 주끼봐라~"
그러나, 아이가 정말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하고, 변명삼아 뭐라고 주끼다가는 괜시리 얻어터지기가 쉽상입니다.
왜냐하면, 이 말을 할 때의 엄마는 진짜 아이의 변명을 들을 마음은 없었거든요.
이 말이 풍기는 뉘앙스가 그런 겁니다.
엄마가 '주끼보라'고 했으니, '주껴도 된다'고 생각하고 '주끼다'가는 매를 번다는 거, 잊지 마세요~^^;;
그리고, 이 상황 역시, "지끼다"라는 단어도 동일한 의미로 사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주끼다" 혹은, "주께다" , 그리고, "지끼다"
어쩌면, 앞으로 사라질 경상도 사투리의 대표주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듭니다.
굳이 먼데서 다른 이유를 찾아볼 필요도 없이, 지금 이 글을 적으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저 조차도 이 단어를 듣고, 사용하지 않았던 게 적어도 5년은 넘어보이니 말입니다.^^;;

관련해서, 주끼다의 활용을 하나 보여 드리죠.^^
"주께다보이께네.." ="말을 하다 보니"
("주끼다보이께네"라는 말.. 음만 따지고 들어보면, 참, 아름다운 발음인데, 점차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럼, 오늘의 사투리 공부는 이쯤에서 접고요.
조만간, 또다른 단어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참, 경상도 분이시라면, 읽어보시고, 고칠 부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 이글은 2008년 7월 24일 15시 23분에 발행된 글입니다. 2009년 6월 15일에 재발행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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