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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투리를 말하다

경상도 사투리를 갈키 주꾸마.. 34. "시건, 시근, 세근" & 그 일가족 편..^^

by 雜學小識 2009.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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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투리를 갈키 주꾸마.. 34. "시건, 시근, 세근" & 그 일가족 편..^^
( 부제 - '시건','시근', '세근' & '시건머리', '시근머리', '세근머리' 편.. )



음.. 우선, 이 단어는 숙제 단어입니다.^^

숙제를 내주신 분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제 블로그 이웃이신 비프리박님이시고요.
숙제 단어는 '시근머리', '쉬근머리'입니다.


그럼, 먼저 숙제 원문부터 함께 보실까요?^^ 

숙제 단어가 주어지면, 
보시는 것처럼, '일단은 콜~을 외치고'ㅎㅎ,

감사한 마음으로 이렇게 글을 적곤 합니다.^^


음..
이리하야, '시건'과 그 일가족 단어에 대해 적어보기에 이르렀는데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같은 경상도라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다음 셋 중 주로 쓰이는 표현이 따로 있긴 합니다만,
어쨌든, 오늘의 주제 단어인 '시건', '시근', '세근'은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시건', '시근', '세근'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좀 알아보겠습니다.


뜻..>>>

'생각, 분별력, 깨우침, 철(Fe 아닙니다;;)'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리..>>> 

발음은 글자 그대로 읽어주면 되고, 경북 발음 기준으로 이들 단어는 모두 첫음절에 강세가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봅시다..>>>


이 글의 제목은 '"시건, 시근, 세근" & 그 일가족 편..'입니다.
그러면서, 아래에 부제를 적기는 '시건','시근', '세근' & '시건머리', '시근머리', '세근머리' 편..이라고 적어두었고요.

그럼, 여기서 드는 의문이 두가지 있겠는데요.

하나는, '시건'과 '시근', '세근'의 관계일 것 같고,
또다른 하나는, 위의 세 단어에 '머리'라는 것이 붙어 만들어진, '시건머리', '시근머리', '세근머리'는 위의 기본형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하는 것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좀 정리를 해 보려고 하는데요.


1.
우선, '시건'과 '시근', '세근'의 관계부터 적어보겠습니다.


앞서, 뜻 부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 세 단어는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같은 경상도라도 '시건'이나 '시근'으로 발음을 하는 곳이 있는 반면, '세근'을 주로 쓰는 곳이 있을 뿐, 의미의 차이나 활용을 하는데 있어서의 차이 같은 것은 없습니다.

1) 시건
사전에서 '시건'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단어는 표준어로 쓰이는 경우, '장금장치'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경상도에서 말하는 '시건'은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요.
철, 생각, 깨우침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2) 시근
사전에서 '시근'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시면, '고르지 않고 거칠게 쉬는 숨 소리' 정도의 뜻, 혹은, 한자어 始根 정도가 적혀있는데요.
그러나, 앞서 적은 뜻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경상도에서 말하는 '시근'은 표준어의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3) 세근
일단, 한 근, 두 근, 세 근..
그런 거 아니라는 것부터 적고 시작해야겠지요?^^;
'세근'이라는 단어로 사전을 찾아보면, 細根, 細瑾[각주:1], 細謹[각주:2] 정도가 찾아지지만, 앞의 두 표현과 같이 '세근' 역시 경상도 사투리 '세근'과 표준어 '세근'은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음..
위에서, 대략적인 각각의 사전적 의미를 적어 봤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표준어의 그것과 사투리의 뜻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럼 이제, 이들 세 단어의 관계를 적어볼까요?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경북 발음은 '시건', 혹은, '시근'..
경남 발음은 '세근'..
좀 자세히 적자면,
경북 분들인 저의 집안 어른들께서는 주로 '시건'이라는 표현을 쓰시는데요, 물론, 발음을 하다보면, '시건'과 '시근'의 중간 발음 정도가 나기도 합니다.^^
세근의 경우는, 부산 토박이인 제 친구가 가끔 쓰곤 했던 표현이라 귀에 익은데요, 단어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경북이 아닌 경남 지역에서 주로 쓰이는 사투리라고 하네요.^^


2.
'시건', '시근', '세근'에 '머리'라는 말이 붙어 만들어진, '시건머리', '시근머리', '세근머리'는 과연, 위의 기본형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선, '머리'라는 표현은 국어 문법이라곤 쥐뿔도 모르는 제가 봐도 '접미사'로 보면 딱 맞을 듯 싶네요.
그럼, 기본형은 당연히 '시건', '시근', '세근'일테고요.

문제는, 이 접미사 '머리'가 붙어서 어떤 기능을 하느냐는 건데요.
제가 봤을 때는 특별한 다른 뜻이 있다기 보다는 '강조'이지 않겠나 싶습니다.
가령, '시건'을 강조해서 '시건머리'라고 쓰고요, 나머지 두 단어 역시 마찬가지로 적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곤란한 것 하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머리'라는 접미사가 '강조'는 '강조'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내포되어 있느냐 하는 것 말입니다.
음..
제 개인적인 판단이라면, 기본형 + '머리'라는 접미사가 붙음으로써, 뜻은 '부정의 의미'를 내포하게 됩니다.
그러니, '강조'는 강조인데, '부정적인 강조'인 것이지요.

관련해서는, 아래에서도 물론 예를 적어보겠지만, 여기서 짧게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a . 야, 니 인자 시건들었데이~ --->>> 야, 너 이제 철들었구나.
(긍정의 의미 o)>

a`. 야, 니 시건이 없어도 우예이래 없노? --->>> 야, 너 생각이 없어도 어떻게 이렇게 없니?
(부정의 의미 o)

b . 야, 니 시건머리 있데이~ --->>> 야, 너 생각있네?
( 긍정의 의미 세모, 혹은, x  ::
이 표현..
굳이 쓰자면 못 쓸 표현은 아니지만, 보통의 경우 '시건머리'라는 표현에 긍정의 의미를 가져다 붙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만약, 실제로 이런 표현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면, 그건 약간의 꼬임, 혹은, 비아냥거림, 혹은 반어적인 의미가, 이 말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을테고요.)

b`. 야, 니 시건머리 없이 그칼래? --->>> 야, 너 생각없이 그렇게 할거니?
(부정의 의미 o)

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시건', '시근', '세근'은 긍정에도 부정에도 쓸 수 있지만,
여기에 '머리'라는 접미사가 붙는 순간, 긍정의 의미가 아닌 부정의 의미, 혹은, 조소의 의미 등이 내포되어 버립니다.
그러니, '시건머리', '시근머리', '세근머리'와 호응을 이루게 되는 표현은 보통의 경우, 부정어가 되겠고요. 


활용 예..>>

1.
"젊은 아가 시근머리하고는.. 그래가 어데 가가 무슨 일 하겠나? 정신차리라."
                                          --->>>       
"젊은 사람이 생각하고는.. 그래서 어디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니? 정신차려라."

비프리박님께서 숙제와 함께 예문으로 적어주신 표현입니다.^^


위의 사투리 표현..
발음되는 데로 적어보자면,
'절믄 아가 시근머리하고는.. 그래가 어데가가 무슨 일 하겐노? 정신차리래이~'
뭐, 이런 정도랄까요?^^

그런데, 위에서 풀어본 것처럼,
이 예의 경우에도, '시근머리..'라는 단어는 부정의 의미와 호응을 이루고 있지요?

참, 여기서 '시근머리'는 '시건머리', '세근머리'라는 표현과 상호 호환 가능합니다.^^

2.
시건(시근, 세근)이 암만 없어도, 저마이 없기는 어려븐데, 자는 와 저 모양인지 모리게따.
--->>>
생각이 아무리 없어도, 저렇게까지 없기는 어려운데, 저 아이는 왜 저 모양인지 모르겠어.


그런데, 여기서의 시건(시근, 세근)..
'생각'이라는 표준어로 바꾸어 봤습니다만,
상황에 따라서는 '철', 혹은, '분별력'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3.
가 : 자는 저래 열심히 사는데 와 고 꼬라지로 바께 몬사나 모리겠데이?
                                                --->>>
      저 사람은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그렇게 밖에 못 사나 모르겠어?

나 : 와, 옌날부텀 시거이[각주:3] 복이라 안카드나. 시거이 업스이 저래 빠이 몬 사는기지.
                                                --->>>
      왜, 옛날부터 시건(생각)이 복이라고 하는 말이 있잖아? 생각[각주:4]이 없으니까 저렇게 밖에 못 사는 거지.


음..
'가'와 '나'의 대화 형식으로 적어본 말 중에서,
특히나, '시건이 복이다'라는 표현은 거의 속담에 가깝습니다.
'생각(사고하는 것)이 복이다'라는 말인데, '생각만큼 산다'는 뜻이고요.
실 생활에서 제법 쓰이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어찌보면, 타인을 향해 말하기에는 조금은 단정적이고, 타인을 깔보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이 말을,
어르신들은 주변의 이웃, 혹은, 자신의 가족에 대한 평가로 종종 쓰시곤 하더라고요.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어느 누구도 타인의 삶을 멋대로 이해하고, 평가할 자격은 없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타인을, 혹은, 타인의 삶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이야말로, 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겠나라는 생각 때문에,
잘 쓰지 않는 표현입니다.

4.
니 시건 말짱하이 해가꼬, 이라믄 되겐나?
                             
--->>>
너 생각이 있어 보이는데(사고할 능력이 있어 보이는데), 이렇게 하면 되겠니?


*시거이 말짱하다. 시건이 말짱하다. --- 사고할 능력이 있다..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표현입니다.

이 표현..
제 경우엔, 예전에 조카들에게 주로 써 먹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 건, 유치원에도 들어가기 전의 어린 나이였던 조카들이, 저의 이 말 한마디에 모두 평정이 되었다는 겁니다. ㅋㅋ
그 때, 제 조카들은 이 말 뜻을 알고, 자신들의 문제 행동을 수정했던 걸까요?
아니면, 무서운 제 표정에 기가 죽었던 것일까요? ㅋ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기억하실 것은,
'시건', '시근', '세근'은 모두 같은 표현이고, 단지, 지역에 따라서 그 중, 어느 표현이 주로 쓰인다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시건' 등에 '머리'라는 접미사가 붙어버리면,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를 강조한다고 보시면 된다는 겁니다.^^


그럼, 오늘의 사투리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조만간 또다른 단어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참, 경상도 분이시면, 읽어보시고 고칠 부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1. 한문 글자가 잘아서 뜻을 한글로 적어둬야 할 것 같습니다. '사소한 실수나 잘못'..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2. '작은 일에도 삼가고 조심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3. 여기서, ''시거이''... 원래는 ''시건'이'라고 적어야겠지만, 실제 발음을 글로 그대로 옮기려다보니, '시거이'가 되었네요.^^; 이 말을 하는 어른들의 발음을 자세히 들어보면, 'ㄴ'받침은 당연히 생략이구요. 그냥, '시거이'라고 발음이 됩니다. ㅋ [본문으로]
  4. 판단력, 분별력.. 등등을 모두 포함한,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생각'..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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