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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글들 (2008 ~ 2011)/시대유감

목욕탕 문화 이대로 좋은가? 2. 목욕탕 자리 맡기 편..

by 雜學小識 2008.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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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문화 이대로 좋은가? 2. 목욕탕 자리 맡기 편..


이번 글은 앞의 휴대전화 편(목욕탕 문화 이대로 좋은가? 1. 목욕탕에서 휴대전화 사용 자제해야)에 이은 목욕탕 이야기 2입니다.
(사실, 지금 쓰려고 하는 것은 현재는 여탕에서만 있는 일인지도[각주:1], 혹은 제가 사는 동네만 그런지도[각주:2] 모르겠습니다.)




목욕탕 문화 이대로 좋은가? 2. 목욕탕 자리맡기 유감..

여탕에는 오랜 세월동안 목욕탕 내에서 자기 자리라고 하면서, 자리를 맡아놓는 관행이 있었습니다.[각주:3]
그런데, 과연 그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목욕=샤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
때문에 앉아서 때를 미는 장소인 '목욕탕 좌식 자리' 다툼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목욕탕을 이용하다 보면 보이는 장면들이 있다보니 관찰 아닌 관찰을 하게 되던데요.

보면 앉아서 때를 미는 분들의 경우, 목욕탕에 왔다하면 일단은 자리맡기부터 시도를 하고요.
자리가 맡아지면 곧바로 세숫대야부터 하나 가져와서는, 그 주변으로 목욕용품 몇개 펼쳐두고선, 잠깐 샤워 후엔 곧바로 탕에 들어가 버립니다.
그런데 목욕탕의 좌식 자리가 생각보다 많지가 않고요. 또 목욕탕 측에서 자리만큼만 입욕자를 받는 것도 아니다보니, 앉을 자리가 부족해서 곤란을 겪는 경우를 심심찮게 많이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럼, 정말로 자리 자체가 부족한 것일까?
실은 그렇지는 않다는 거고요. '빈자리가 있는데, 빈자리가 없는'?? 이상,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더라는 거죠.

그렇다면 '왜' 사람없는 빈자리가 있는데도, 앉을자리는 없을까요?
사람이 앉아 있지 않은 목욕탕 빈자리.. 그곳에 누군가가 앉을라치면, 이제껏 탕에서 잘 계시던 아주머니가 득달같이 달려와서는 자신의 자리라고 당당히 소유권(점유권)을 주장하십니다.[각주:4]
그리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앉아서 샤워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의 반 이상이 비어 있는데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리가 없다며 탕 주변에 붙어 앉아서는 작은 바가지[각주:5]로 물을 떠가며 불편하게 목욕을 합니다. 또한 그 때문에 덩달아서 탕에 들어가려는 사람들까지도 발디딜 틈이 없어서 불편을 겪고요.


그런데 이 문제..
생각해볼 수록 참 우습습니다.
대중이 함께 이용하는 목욕탕 자리가 어떻게 특정 누구의 것일 수가 있을까요?
그냥 앉아있는 사람이 없는 자리라면, 다른 누구라도 앉을 수 있어야 맞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어있는 자리를 두고서도 다 씻어가는 사람들에게 "다 씻어가느냐?" "다음에 내게 자리를 달라!!"라고 읍소하듯 말하곤 하는, 이 웃기고도 불편한 상황..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사실 이거 공공, 대중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보더라도 답이 쉽게 나오는 건데요.
화장실에서 줄서기, 버스정류장에서 줄서기처럼, 목욕탕에서도 자리를 맡아두지 말고 차례대로 비어있는 곳에서 목욕을 하면 됩니다.[각주:6]


그럼, 모든 사람이 정해진 공간 안에서 편안하게 목욕을 마칠 수 있는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도 '왜 모두들 불편을 겪으면서도 그것을 감수하고 있는 것일까'요?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지금껏 누구나 그렇게(자리맡기) 해왔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고요.[각주:7]

또한, 누군가가 '자리맡기는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게다가 어느 날은 자신이 수혜자가, 어느 날은 자신이 피해자가 됨에도 모두들 이것을 문제삼지 못하는 이유는,
혹시나 괜한 소리를 했다가 주변으로부터 욕을 들을지도 모르겠다거나, 싸움이 날지도 모르겠다거나 하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공공장소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시는 분들은 대개 다른 사람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안하무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그런 분들께 바른 소리를 하면 오히려 욕을 듣기가 쉽지요.
바꾸어 말하자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라면, 공공의 장소에서 애초에 문제가 되는 행동들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것이 문제라는 것에 대해서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개선 의지를 갖고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당연히 고쳐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제 바꾸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앞서의 글에서도 적었지만, 공중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목욕탕에서 자신의 자리라며, 소유권 내지는 점유권을 주장한다는 것 자체가 참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글은 2008년 3월 10일 15시 06분에 발행된 글입니다. 2008년 11월 2일, 재발행합니다.. --

  1. 제가 이와 관련해서 글을 쓰기 전에 집안 식구들 중 남자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남탕은 그렇지 않다고 하던데, 이 문제를 의식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여탕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본문으로]
  2. 다른 곳은 확인을 못했기 때문에, 전국 모든 곳이 그렇다고는 적지 못하겠습니다. [본문으로]
  3. 이건, 제가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갔었던 그 시절에도 그랬던 것 같고,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본문으로]
  4. 자리를 비워둔 시간이 한 10분 정도기만 해도 '때불리려고 잠깐 자리를 비운 것'이라고 이해를 해보겠는데, 이건 뭐 탕안에서 어떻게 그렇게까지 오래 있을 수가 있는 건지 몇십분간을 냉커피 시켜먹고 얼음 시켜먹어 가면서 온갖 수다를 다 떠는데, 자리차지에 소음까지.. 보면 생각보다 '비매너의 결정체'들이 꽤 존재하더라고요.;; [본문으로]
  5. 주로, 바가치라고 발음을 하곤해서 표준어로 쓰자니 어색하네요.^^; [본문으로]
  6. 참고로, 도서관에도 자리맡기가 이전에 있었지만, 요즘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각 학교의 학생회 측이나 공공도서관의 경우에는 도서관 측에서 이를 못하도록 하고 있지요. [본문으로]
  7. 그러니, 누군가가 먼저 새로운 시작을 하지않는 한, 이것이 틀린 것이라고 소리내지 않는 한, 이런 이상한 관행은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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