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적어볼 단어는 "다분시럽다"입니다.
뭐 특별히 이 단어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할만한 계기 같은 것은 없었는데요, 그렇지만 괜히 입안에 맴돌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분시럽다" 혹은, "다분스럽다"라는 이 단어를 들으시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가 혹시 있으신지요?
음..
제가 만약 경상도 사람이 아니어서 이 단어의 뜻을 모른다면, "다분시럽다"라는 단어를 듣고 가장 먼저 어떤 단어가 떠올랐을까를 생각해 봤더니, 연상되는 단어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다분하다"라는 단어인데요. 1
일단, "다분"이라는 어간 부분이 같으니, 왠지 어떤 연관이 있을 것만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왠지 비슷한 뜻일 것 같은 표준어 "다분하다"와 지금 적고자 하는 "다분시럽다"는 그 뜻을 연결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2
그럼, 표준어 "다분하다"와는 별개의 뜻을 지닌, 경상도 사투리 "다분시럽다"를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일단, 사전적 의미입니다.
다분시럽다.
뜻....>>> "수다스럽다"의 경남 방언이라고 인터넷 사전에서는 적고 있네요.
소리....>>> 다분시럽따 (발음할 때는 첫음절인 "다"에 강세를 줘서 발음하면 되겠습니다.)
만구 내 맘대로 단어 풀이...>>
다분시럽다..
사전적 의미는 "수다스럽다"라고 적고 있지만, 경상도에서의 실제 사용 예를 생각해 보면 단순한 "수다" 정도에 이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다분시럽다"라는 의미는 "했던 말을 또하고, 또하다" 정도의 의미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활용 예..>>
--->>>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지, 너무 자주 했던 말을 또 하는 것 아니니?
상황 설명을 좀 해보자면,
가령, 갑이라는 사람이 을이라는 사람에게 같은 내용의 말, 충고, 조언, 잔소리를 수차례에 걸쳐서 하게된다면, 그 말을 듣게 된 을이 그러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리고, 을이 이처럼 '다분스럽다'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그 말 이면에 더이상 그러한 이야기는 듣기가 싫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고요.
--->>> 얘, 이제 그만 좀 해라. 했던 말을 또하고 또하는 것도 병이란다.
상황은 앞서 적어본 '예 1'과 같겠고요.
이 말을 하는 사람 역시, 상대방이 자꾸만 했던 말을 또하는 것이 듣기 싫어, 그것을 멈추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음..
그런데, 앞서 이와 유사한 의미의 사투리를 이미 하나 적었던 기억이 나네요.
바로,"깨씹다"라는 단어였는데요.
"다분시럽다"와 "깨씹다"..
이 두 단어는 모두, "했던 말을 또하는"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을텐데요.
굳이 두 단어를 구분하자면, '다분시럽다'보다는 "깨씹다"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조금 더 많이 내포하고 있고, 따라서 조금 더 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하튼, 이 두 단어 모두, 윗사람에게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단어입니다.
가령, 나보다 연장자이거나, 상사에게 "아, 그만 좀 깨씹으이소~" 라던가, "아, 이 행님, 진짜로 다분시럽네~"라던가, 이런 표현을 쓴다는 것은 바로 하극상, 내지는 전쟁 선포라고 보면 될 것 같고요.;;;
술 많이 먹고 째리지 않는 이상은;;; 맨 정신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라고 해야겠습니다. 3
그럼, 오늘의 사투리 공부는 이쯤에서 접고요. 조만간 또다른 단어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참, 경상도 분이시라면, 읽어보시고, 고칠 부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 이 글은 2009년 4월 15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2009년 7월 16일에 재발행합니다. --
- "다분하다"라는 표준어 단어.. 뜻은 "그 비율이 어느 정도 많다"이고, 이 단어가 들어가는 주요 표현은 " ~~할 소지가 다분하다." 정도일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 물론, '다분'이라는 한자를 풀어가면서,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면, 또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본문으로]
- ㅋ.. 째리다.. 이 단어도 경상도에서 사투리로 쓰이는 단어입니다. 바로, "술에 취하다".. 뭐, 이런 의미인데요. 이 표현 역시, 윗사람에게 써서는 곤란한 단어입니다.;;; 음.. 언제 기회가 된다면, "째리다"라는 단어로 좀 적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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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i 2009.04.15 16:38
저는 대구사람인데요 대구나 경북쪽에선 '다분시럽다'란 말을 잘 안쓰는것 같아요~
경북 말중에 비슷한 말로 ' 분답다 ' 가 아닌가 해요~ 뜻이 똑같지는 않구요~ 비슷한거 같아요.ㅎㅎ
잘 읽고 갑니다^^-
雜學小識 2009.04.15 17:43 신고
^^
그러시군요.
이 단어..
본문 글에는 인터넷 사전을 인용해서, '경남사투리'라고 적어두긴 했지만,
저 같은 경우는 경북 사투리를 주로 쓰는 편인데도, 꽤 자주 듣고 써 왔기 때문에,
어쩌면, 경북 분들도 아는 단어라고 해 주실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었는데, woni님 댓글을 보니 진짜 경남에서만 사용되는 사투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분시럽다'라는 단어에서 '분답다'를 유추하셨나 봅니다.^^
다행히, '분답다'는 앞 글에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요.(http://jobhak.net/entry/갱상도-사투리를-갈키-주꾸마-25-분답다-편)
이렇게 다시 언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woni님, 오늘도 좋은 날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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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페라 2009.04.16 03:41
경상도 사투리.. 오래전에 있었던, 제 친척 동생이 생각납니다.
말 끝마다 " ~ 데이 " 하고 붙였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그런 말마디를 들을 수 없어, 한스럽고 안타깝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비프리박 2009.04.16 09:59
살짝 분답다라는 말이 떠오르는데요?
혹시 분답다라는 말을 사투리 릴레이 포스트로 써먹지^^ 않으셨다면
다음 숙제(?)는 분답다가 어떨까 싶습니다. ^^
다분시럽다는 첨 듣는 듯 합니다.
갱상도 부모님 두분을 모시고 대략 30년을 한지붕 아래에서 살았던 저이지만... ^^;;;
첨 듣는 듯 해요. (어쩜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
사투리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지역의 벽(?)이 있어서 동네마다 다른 것이 좀 있긴 하겠죠.
포스트 올리시느라 욕봤씸미데이.
그란데, 제가 얼마전에 했던 압박이 작용한깁미까? 포스트 올리는 데에 말입니다. ^^-
雜學小識 2009.04.17 00:05 신고
^^
앞서 댓글을 달아주신 woni님께서도 그렇고, 비프리박님께서도 '다분시럽다'에서 '분답다'를 떠올리셨군요.^^
생각해 보니, 뜻은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발음상 연관이 있어 보일 수도 있었겠다 싶네요.^^
참, 분답다는 이미 25번에서 적었는데요.
어찌하다보니 뒷 글에 묻힌 것인지, 아직까지 무플로 울고 있네요.ㅋㅋㅋ
다분시럽다..
처음 들으시는군요;;
어쩌면, 적으신 것처럼 기억을 못하시는 걸지도 모르겠고, 또 어쩌면 본문 글에 인용했던 사전의 설명처럼 경남 사투리여서 일 수도 있겠구요..
ㅋㅎ
고맙십니더~
그라고, 암만캐도 옆에서 자꾸 독촉을 해 주시이 쪼매라도 신경이 더 씨는 거는 맞구예..
그라이깨네, 한 매칠은 앞땡기진 기 맞지 싶네예~ㅎㅎ
여러모로, 억수로 감사합니데이~^^
비프리박님, 좋은 밤 보내시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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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애기 2009.04.19 23:23
우리가 흔히쓰는 따분하다? 라는 말인가요? ㅋ 저도 사투리를 쓰고 있지만, 사투리는 글로 형상화되면 왠지 모르게 나도 모르는 단어가 되는것 같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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