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글들 (2008 ~ 2011)/2009 이슈 속으로

"유진박 사건"에 대한 斷想..

by 雜學小識 2009. 8. 1.
반응형
"유진박 사건"에 대한 斷想..


기억에 작년 연말이었던가요?
유진박의 납치설과 함께, 그가 소속사의 강압에 의해 일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뉴스가 잠깐 나왔다, 흐지부지 들어가 버렸던 것이 말입니다.
가족 측에서는 유진박이 감금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이 확인한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했던가요?

그리곤, 잊혀졌던 뉴스가, 최근에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도 이런 류의 이슈에는 반응하는 속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한두 박자씩 꼭 느린 저는 ;;;,
이 일 역시, 어제서야 뉴스를 읽어 볼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찾아 읽은 뉴스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그 기사 마다에 달린 울분에 가득찬 대중들의 댓글과, 그의 연주가 너무 달라졌다는 글들을 읽다보니,
저도 좀 자세히 찾아봐야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는 동영상들을 몇 편 봤는데요.
일단, 슬펐습니다.
그리고, 저도 다른 분들처럼 분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천재를, 그렇게 힘있는 연주와, 맑은 표정과 음악을 갖고 있던 사람을,
도대체 누가 어떻게 했길래,
사람이, 음악이, 그리 달라질 수 있나 모르겠습니다.




동영상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처음에 본 영상은 '유진박의 최근근황'이라며 소개한 동영상이었는데요.
35초의 짧은 동영상을 보고 무슨 그리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본 그대로를 가감없이 적자면, 두 가지 정도가 먼저 눈에 들어 왔습니다.
하나는, 얼굴을 보니 마치 술 많이 취한 사람의 넋 나간 것 같은 표정이었다는 것 하고,
또 하나는, 그 짧은 시간에 V자를 두 번이나 만들며 포즈를 취하는 그의 모습이 마치 프로그래밍된 기계의 행동처럼 느껴졌다는 것인데요.
물론, 여러 뉴스들과 사람들의 분노 소리가 제 머리 속에 남아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확실히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봤던 동영상은 행사 동영상이었는데, 언제 찍은 것이고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야외 장소에서 유진박이 대중가요인 '남행열차'를 연주하는 장면이었는데요.
일단, 연주하는 장소 자체도 조금 의아스러울 정도로 그와는 너무 안어올린다 싶었지만, 그건 생각하기에 따라서 음악의 저변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이해를 했습니다.
그런데, 연주가 반 정도 끝난 시점부터는, 도저히 더이상 듣고 있기가 힘들었습니다.
예술 쪽으로는 문외한인 제가 들어봐도 제대로 된 연주라고 하기 보다는, 그곳의 흥을 돋우기 위한 반주처럼 느껴지는 연주와 주변 상황..
이건, 예술가의 연주가 아니라, 어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곤 하는 통속적인 상업 연주자의 음악이었습니다.
(분명, 이전에 들었던 그의 음악이 있고, 그동안 청중이 인지하고 있었던 유진박의 음악적 이미지라는 것이 있는데, 그 동영상 안에서는 그런 것들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음 맞추기에 급급해 보이는 모습, 그리고, 위축된 듯, 얼이 빠진 듯 보이는 그 모습에서, 저도 다른 분들처럼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동영상은, 저에겐 생경한 신식 노래를 어떤 여성이 메인 보컬로 노래하고, 유진박이 중간중간에 간주를 넣으며, 랩을 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었는데요,
유진박이 이전에도 무대에서 랩까지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을 연주하는 바이올린 연주자가 바이올린이 주가 되는 무대도 아닌 곳에서, 랩과 간주를 함께 담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슬프더군요.

또 하나의 동영상은, 1998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에 열린음악회에서 보여줬던 연주 동영상이었는데요.
어쩌면, 같은 대중가요인데, 98년에 연주한 이 동영상 속의 '울릉도 트위스트'와,
앞서 적어 본, 야외 축제에서 연주한 '남행열차'가 그렇게 다른 수준의 음악으로 들릴 수 있을까요?
이 동영상 속의 '울릉도 트위스트'는 정말 들을만한, 귀가 즐거울만한 연주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언급할 동영상은 유진박의 "데킬라" 연주를 담은 동영상입니다.
같은 곡을, 같은 사람이, 단지 차이가 있다면, 10여년의 시간 간격 뿐인데, 두 동영상 속의 연주가 어쩌면 그렇게 다를 수 있는지...;;
(최근의 연주를 보니, 98년의 연주에서 보여줬던 힘있고 확신에 찬 연주는 간 곳이 없이,
협연인데도 피아노와 따로 노는 바이올린 연주에, 말 그대로 깽깽대는 소리가 튀어나오는 연주더라구요.;;
나아지는 것은 둘째치고, 현상 유지 정도는 되는 것이 보통이 아닌가 싶은데, 어떻게 그렇게 안좋은 방향으로 음악이 달라질 수가 있는지...
그의 그런 음악적 변화가 정말이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으로선, 다른 건 다 모르겠습니다.

그가 어떤 사람, 혹은, 집단과, 어떤 내용의 계약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했던 것인지...
왜 작년에 그런 문제가 처음 제기되었을 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것인지...
그가 누구에게, 얼마동안, 어떤 대우를 받았으며, 그의 음악은 왜 변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런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지금으로선 대중이 알 길이 없겠지요.
그러니, 잘 알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서, 들리는 풍문으로 그것과 관련해 이러쿵저러쿵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아니, 말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미루겠습니다.


그러나, 단지, 제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그의 음악과 그의 얼굴 표정과 모습에 대해서는 적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 확신에 차 있던 눈빛과, 열정적인 몸짓..
마치, 신이라도 내린 듯한 전자 바이올린 선율...
대중음악도 고급스럽게 들릴 정도의 편곡과 연주..

그런 것들은 다 어디로가고,

멍해 보이는 촛점없는 눈빛과, 힘없는 몸짓..
음정 맞추기에 급급해 보이는 선율..
대중음악을 음악 그 자체보다 더 싸게 들릴 정도의 연주..

그런 것들만 남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보통의 귀와 감성을 가진 청중들이 이리 안타깝고, 아깝고, 슬픈데..,
그런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가장 가까이에서 들어야 했던 본인은, 그것도 범인도 아닌 천재는, 어떤 기분이었으며 마음이었을지, 감히 짐작하는 것 조차 쉽지 않습니다.

관계 기관에서는 철저히,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그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촉구합니다.


p.s. >>
그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연주를 다시 할 수 있게 되기를...
그의 아름다운 연주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되기를...
다시는 이런 일이 누구에게도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