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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글들 (2008 ~ 2011)/2011 이슈 속으로

신라호텔 한복 출입금지, '우리민족 고유의 옷인 한복이 식당 드레스코드에 안맞다?'

by 雜學小識 2011.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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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한복 출입금지, '우리민족 고유의 옷인 한복이 식당 드레스코드에 안맞다?'


거의 매일 접속을 하게되는 것이 인터넷이다보니, 의도를 하건 안하건 실시간 검색어 같은 걸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의 핫이슈는 뭐니뭐니해도 '신라호텔의 드레스코드 운운, 한복 출입제한 사건'인 듯 하네요.

요약하자면 내용은 대충 이런데요.
어제 저녁 시간, 한복디자이너 이혜순씨가 신라호텔 뷔페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갔었으나,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를 들어 신라호텔 측에서 출입을 제지했다는 것..
이유는 호텔 측이 정해둔 드레스코드에 한복과 츄리닝은 맞지가 않다는 것이었고, 한복의 경우 부피가 있어서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게 호텔 측의 주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나마나, 우리나라 기업이 세운 호텔에, 그것도 우리나라 땅에 있는 호텔에, 우리민족 고유의 옷인 한복이 식당 드레스코드에 안맞아서 출입금지라니..
이거 말이 되는 소린가요?

그래서 저도 이 일과 관련해서 몇자 덧붙이고 싶어졌습니다.




1. 드레스코드, 그거 강제로 제한할 필요 있나요?

굳이 법이니 규칙이니 하는 것들로 규제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사회 일반의 관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옷에 관한한, '너무 더러워서 타인에게 불쾌함을 줄 정도면 안되고, 너무 과도한 노출로 타인에게 혐오감을 줘서는 안된다', 제가 봤을 땐 딱 이 두가지만 주의를 하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암묵적인 기준만 제외하고는..
옷이란 건 때와 장소에 맞춰 개인이 각자 자신의 눈높이에서, 기준에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일테고, 생각해보면 그것이 바로 개성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 겉멋에 취한 사람들.., 그러나 옷은 단지 옷일 뿐, 인격도 신분도 가치도 아닙니다.

사람들은 왜 명품에 열광하는 걸까? 왜 형편이 안되서 명품을 못사면 짝퉁이라도 가지려고 하는 걸까?
왜 도로 위의 운전자들이 경차는 얕보고 외제차는 부러워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가방이, 옷이, 차가, 집이, 곧 그 사람의 인격이고 신분이고 값어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러나, 진짜 그럴까요?
(물론 저 역시도 이런 세속적인 기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일년 열두달 가봐야 책한권을 안읽는 사람이 좀 큰 차를 몰고다닌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는 않고요, 나라가 사회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으면서 명품 가방에 명품 옷에 명품 화장품으로 도배를 한 사람 역시 부럽다거나 대단해 보이지는 않던데..
그런데 그게 저만의 독특한 시각일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원론적으로봤을 때, 옷은 옷이고, 차는 차고, 집은 집이지, 옷과 차와 집이 사람 그 자체가 될 수는 없지않겠나 싶고요.
자신이 이런 것들로 스스로를 포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혹은, 어떤 업소에서 이런 것들로 포장되지 않은 사람은 고객으로 받을 수 없다는 말을 하는 자체가, 스스로 내실 부족임을 자인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3. 대한민국 땅에서 한복은 가장 적절한 드레스코드가 맞습니다.
  
조금 곁가지로 빠지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역대 대통령들의 부인이 해외 순방을 따라가면서 양장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었는데, 볼 때마다 '저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곤 했었습니다.
무슨 땅파고 땀흘리는 일을 할 것도 아닌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리에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서면서 우리의 대표 복색인 한복을 입는 것은 제 생각엔 지극히 당연하지 않나 싶었는데, 보면 한복보다 양장을 입는 경우들이 더 많았던 듯 보이더라고요.;;

우리 고유의 옷, 한복..
비록 지난 100여년 간 우리가 격변에 격변을 거듭하다보니 생활복으로써의 의미는 많이 퇴색된 듯도 싶지만, 그러나 그 오랜 세월동안 우리 고유의 옷이었던 게 한복이고 여전히 특별한 날에 입는 예복이 한복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땅에서, 대한민국 사람이, 우리 고유의 복색인 한복을 입는 것..
이보다 더 적절하고 합당한 드레스코드가 어디 있다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모르겠습니다.


4. 동네 장인이 한땀한땀 정성들여 만든 츄리닝.. & 비단으로 한땀한땀 정성들여 지은 요즘의 우리 한복.., 모두 식당에 밥먹으러 가는데는 지장없을만한 옷입니다.

무슨 대단히 세계적인 공연이나 엄청난 스타들만 모인 파티도 아니고..;;
이러나 저러나 식당에 밥먹으러 가는데, 한복도 안되고, 츄리닝도 안된다니, 그런 게 어디있나요?

걸레같이 너덜너덜하게 다 떨어진 옷을 입었다던지, 옷이며 사람이며 냄새가 너무 나서 다른 사람의 식욕을 떨어뜨린다던지, 식당에서 고성방가를 한다던지, 무질서한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이 밥먹는 걸 방해한다던지..
제 생각엔 그런 극단적인 경우만 아니면, 밥 파는 식당에서 손님이 입고 온 옷을 두고 드레스코드 운운하는 건 좀 아니지않나 싶습니다.


5. 한복과 한식의 배제, 세계화의 잘못된 이해가 빚은 일..

세계화란 뭘까?
생각컨대, 내것은 다 버리고 남의 것을 쫓는 것이 세계화가 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더욱 발전시키고 그 영역을 확장시켜, 세계에서도 통하게 하는 것..
사견이지만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지금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신라호텔의 한복 출입금지 건과 함께, 신라호텔 내에 한식당이 없어졌다는 것인가 봅니다.
관련해서 한식당 문제만 떼어내서 적어보면, 우리가 아무리 프랑스 요리를 맛있게 한다고 하고, 일본 요리를 맛있게 한다고 한들, 정통 프랑스 요리, 정통 일본 요리를 넘어설만큼 뛰어난 맛을 낼 수 있을까요?
이 역시 사견이지만, 신라호텔이 정말로 세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외국의 요리를 만들어파는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한식을 다른 나라 손님들의 입에 맞도록 발전시키는 노력을 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6. 결..

등판이며, 가슴이며, 다리며, 다 내놓은, 입은 건지 벗은 건지도 모르겠는 옷같지도 않은 옷은 서양 복색이라서 유명 시상식에서도 통하고, 식당에서도 어서욥쇼하는데,
고운 자태와 고운 색감, 단아하고 우아한 멋을 자랑하는 우리 옷 한복은 부피감이 있어 다른 손님에게 위험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을 하다니, 참 슬픈 현실입니다.

또한, 우리에게 너무나 큰 치욕과 아픔을 안겨줬던 것이 일제치하 36년의 역사일진데, 어떻게 일본의 자위대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를 하라고 자리를 빌려줄 수가 있었던 것인지, 게다가 그때 그 기념식에는 기모노 입은 여자도 참석을 했다고 하는데[각주:1], 어떻게 우리 한복을 만드는 장인은 한복을 입고 왔다고 식당 출입도 안된다는 것인지..
정말 여기가 대한민국이 맞는 건가라는 의구심과 함께, 슬픔이 몰려옵니다.

단지 일개 식당의 기준..
사실 무시하고 말면 그뿐일지도 모릅니다.
식당이 그곳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특급호텔이 그곳 한곳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거대기업인 삼성그룹의 계열사 호텔이 그런 마인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참 안타깝고도 안타까운 일인 듯 합니다.

  1. 인터넷 상에 기사도, 사진도 올라와 있더라고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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