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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방송 리뷰

무한도전, '궁 밀리어네어' 편을 보고..

by 雜學小識 2009.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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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궁 밀리어네어' 편을 보고..


무한도전..

예전, '무모한도전' 시절에는 별 내용은 없어도, 시청률은 바닥이었어도, 보기만 하면 일단 웃기는 건 확실했었는데,
요즘의 '무한도전'은 가끔 웃기고, 가끔 애매한 정도라고 해야할까요?;;

한마디로, 처음의 '무모한도전' 시절보다 시청률도 더 높아지고, 소위 "빠"들도 더 많아지긴 했지만,
예전에 비해서 재미를 담보하는 데 있어서는 조금 약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
예를 좀 들어보면, 지지난 주였나요?

'장기하와 얼굴들'을 패러디했던 '유재석과 면상들' 편을 보고 느낀 점이라면,
"이 방송을 보고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웃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나마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도 들어보고, 소위 그들에 관련된 내용을 들어라도 본 세대지만, 그렇지 않은 중장년층, 혹은, 좀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웃음의 코드를 찾기가 너무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굳이 그 한 편을 예로 들지 않고 생각해 봐도,
실제로 저희 집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말 동시간 대에 방송하던 '스펀지 2.0'과 '무한도전'을 놓고, 가족 간에 채널 다툼을 벌인 적도 있었는데요.[각주:1]
처음엔, 부모님께서 왜 무도가 아닌 '스펀지 2.0'을 굳이 보시겠다고 하는지 이해를 못했는데,[각주:2]
어느 순간, 부모님의 시각에서는 '조금은 어수선하고 산만하며, 시끄러우며, 그러다보니 재미까지도 반감되는 무한도전' 보다는,
'덜 소란스럽게, 조금의 정보와 예능을 함께 버무려낸 스펀지 2.0'이 더 재미있으실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무도'..
어느 날은 제가 봐도 어디에서 웃어야 할지 난해한 경우가 제법 있더라고요.;;


아무튼, 그렇게 ''무모한도전' 시절 보다는 웃을 확률이 확실히 줄어든 것 처럼 느껴졌던 근래의 '무한도전'..[각주:3]
가끔씩은 '의도는 알겠으나, 쩜쩜쩜..', 그럴 때도 있는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 저녁 시간에 집에 있게 될 때면 일단은 무한도전부터 틀어보는 저..




그러다가, 지난 주엔 '궁 밀리어네어' 1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2편까지 이어졌고요.

사실, '궁 밀리어네어'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의 패러디 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처음, 방송을 녹화할 당시만 하더라도 '궁' 특집으로 알고, 평소처럼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것으로 방송이 마쳐질 것이라 생각을 했었지만, 실제로는 그 모든 미션은 '퀴즈'를 풀기 위한 사전 학습인 셈이었는데요.
즉, 주인공이 '돈이 걸린 퀴즈'를 풀어나가게 되고, '그 퀴즈의 정답은 체험에서 모두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바로 원작의 것이었다면, '궁 밀리어네어' 역시 철저하게 원작의 룰을 따라 만들어진 방송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퀴즈의 룰은 이랬습니다.
12단계의 퀴즈에 찬스가 5번, 총상금은 500만원..
문제는 대한민국 "궁"에 대한 것..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일단, 아이템 자체가 신선했습니다.[각주:4]

서울에 현존하고 있는 조선의 5대궁(경복궁, 경희궁, 경운궁, 창덕궁, 창경궁)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를 내고,
방송을 통해 그 답을 알려주기 전에, 멤버들이 미리 찍어둔 미션 수행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지루하지 않게 '궁'이라는 장소와 그곳에 얽힌 역사를 자연스레 알 수 있도록 돕는 방식..


때문에, 여타의 퀴즈 프로그램과는 달리,
그냥, 질문 답, 질문 답의 형식으로 무언가를 주입시키는 것이 아닌,
재미를 통해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 방송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 개인 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예로부터 무슨 전쟁은 그렇게도 많았던 것인지,
게다가 침략한 전쟁은 찾아볼 만한 예가 거의 없고,
내내 침략을 당하기만 하다보니, 불타고, 약탈 당하고, 훼손되어 성한 것이 없는 과거의 것들..
그나마, 조금 온전한 것이 운좋게 남아있다고 쳐도, 개발이라는 미명하게 지금도 계속 사라져만 가는 것이 현실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그나마, 지금에와서 과거의 것이 남아있다면, 혹은, 그나마 보존하려는 조금의 노력이라도 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일부 '사찰'과 '궁'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역사의 장을,
우리는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했을 뿐, 가 봐야겠다는 마음을 쉽게 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궁을,
'무한도전'은 책이 아닌, 우리의 일상 속으로 끌어 들였고,
그저 서있는 건축물이 아닌 역사의 장소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무한도전 '궁 밀리어네어' 편..

건물, 하나하나...
누가 언제 지어, 누구에 의해, 언제, 어떻게 소실되었는지..
어떻게 재건되었는지.., 혹은, 중건되었는지..
그 곳이 어떤 역사의 장이었는지..
그 모든 것을, 이번 방송이 다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각주:5]

그렇지만, 오늘의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왠만해선 재미를 끌어내기 어려워 보이는 '조선의 궁'이라는 아이템을 선택해서,
그 안에서, 단지 눈에 보이는 '궁' 뿐만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역사'를 끄집어 내려는 노력까지 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즐거움까지 함께 시청자에게 선사했다는 점에서, 크게 박수를 받을만한 방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나, 2편의 경우에는 구한말의 역사를 중심으로 방송을 진행해 나감으로써, 지금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듯한 느낌도 받았고요.

무한도전, '궁 밀리어네어' 편..
이제까지의 방송 중, 제일 재미있는 방송이었다고는 못하겠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만한 방송이었다고는 적어도 좋을 듯 싶습니다.

방송 잘 봤습니다...^^

  1. 누구든, 방에 들어가서 보면 될 것을 서로 큰 TV로 보겠다고 일단은 버티고 보는 바람에...ㅋ [본문으로]
  2. 이제는 스펀지가 방송 시간을 옮겨 버려서 두 방송이 맞붙을 일은 없어졌습니다.;; [본문으로]
  3. 무도가 무슨 웃기는 기계나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일단 예능은 웃기고 볼 일이라는 게 제 생각인지라..;; [본문으로]
  4. 솔직히, 역사 자체를 좋아하는 저여서 그렇게 느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본문으로]
  5. 솔직히, 무슨, '역사스페셜'도 아닌데, '무한도전'에서 그것을 다 보여줄 필요도 없는 것이기도 하구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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